<시네마 천국>은 내가 한국을 떠나던 1988년에 이탈리아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만든 영화로 1989년 제42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 토르나토레가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그 여세를 몰아 1990년에는 제62회 미국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유명한 작품이다. 공부하던 미국대학 극장에서 상영하던 <Nuovo cinema Paradiso>를 영어자막으로 보며 고향을 떠나는 토토의 모습이 나에게 투영되었던 영화였다. 페친 한분이 그때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글을 담벼락에 올려 친구들과 공유했다. 또 30여년의 긴 공백으로 어린시절 동무들과의 지나가버린 우정을 구걸하는 내 모습이 처량하다는 걸 느끼게 한다. 링크를 걸어도 그분과 같은 친구에게만 공개되어 내 페친들과도 나누고자 아예 갈무리를 해왔다. 아직 <시네마 천국>을 보지 않은 분이 있다면 감상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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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페친 SeungAh Jeon 선생님의 담벼락에서 갈무리 해온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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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마라, 절대. 그리워하지도 마라. 편지를 쓰지도 마"
고향을 떠나는 토토에게 <시네마 천국>에서 알베르토가 귀에 대고 하는 말이다. 알쓸신잡을 보는데 소설가 김영하는 이 장면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더라.
삶의 어떤 시기를 지나고 변곡점을 한참 지나 앞을 향해 전진하며 달려온 사람은 이제는 자신이 이룬 것들, 가진 것들을 찬찬히 다지고 주변 경계를 튼튼히 하면서, 자신의 것들을 잃거나 상하게 하는 주변의 영향에서 자기를 지키기만 해도 수비가 최선의 공격이 되는 시기를 맞게 된다.
생각해본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과거에 내가 알았던 사람들은 그가 절친이건 애인이었건 심지어는 형제였다 할지라도 각자의 삶의 공간이 이미 분리된지 한참이고 , 그들 사이의 '급' 은 이미 달라졌다.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놀랄만큼 봄질상 별로 ,거의 없다.
마치 지나간 추억과 정과 그리움이 따스하여 그들을 연결시키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곧 본질상 허약하고 남루한 연결 고리가 드러나게 되어 그 고리는 녹슨 철사처럼 작은 외력에 의해 부러지고 추한 모습의 절단면을 남기고 만다.
시기가 지났다면 , 그래서 '급'이 달라져 '가는 길'이 달라져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자기 삶을 살 뿐이다.
생각해보니 , 지난 인연이나 가족마저도 다시 이어보려는 순간적 판단이 감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지 말고 다시 만날 이유가 없는.
지나간 시절에 겪은 고통마저도 지금 리바이벌해서는 안된다. 그 고통은 딛고 현재를 새로 구성해나가야할 과거일 뿐인데 그 과거를 왜 자꾸 리바이벌하고 고통을 자꾸 만나려하는가.
돌아보지도 말고 고통에게 편지를 쓰지도 마라.
고통을 겪었으니 그것을 극복했다면 돌아서서 내 길을 가야지.
그런 의미로 본다면 내가 잘못 보는 면도 있겠지만 나는 술과 퇴행적 예술도 좋지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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