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얼굴 바람 속에 무언가 달큼하고도 쌉쌀한 향기가 배어있다. 조금 있으면 그 바람 끝에 몸 뒤척이며 지천은 붉게 물들 것이다. 대지가 달아오를 때쯤 내 마음 역시 까닭 없이 몸살을 앓을 테고, 바람을 따라 무작정 길로 나설 것이다. 딱히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저 바람이 끄는 ..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2008.04.03
[스크랩] 5.18의 화려한 부활- `화려한 휴가` 5.18의 화려한 부활 -‘화려한 휴가’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건 아닌데, 라는 의문이 자꾸만 가시처럼 돋아나 영화를 집중해서 볼 수 없었다. 이성에 감춰진 인간의 잔혹함이 어떤 것인지, 죽음에 직면해서도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 여실히 보여준 ‘그날’의 사건..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2008.04.03
[스크랩] 5.18 당시 부상자를 치료했던 전남대 병원 전대병원 하루에도 수없이 경광등을 밝힌 앰뷸런스가 들어오고, 일분일초의 시각에도 생사가 갈리는 곳. 살아있음을 가장 감사하게 여기게 해주며, 가장 낮은 삶의 자세를 견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곳이 아마 병원일 것이다. 신체 한 곳 뭉텅 잘려나가거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중병에 사로잡..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2008.04.03
[스크랩] 5.18당시 시민 수습위원회가 처음 꾸려진 남동성당 남동성당 누구든 역사는 있기 마련이다. 한 개인이든, 국가든,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무정물의 사물이든, 모두 나름의 역사를 지니기 마련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게 된 그 순간부터 고유의 역사를 가지게 되며, 아무도, 그 무엇도, 자신의 역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한 개인..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2008.04.03
[스크랩] 5.18당시 기독병원 현장모습 기독병원 인간은 무엇일까. 조물주가 자신의 형상을 본 따 만들었다는 인간. 선과 악, 성과 속, 이성과 감성. 자신에 대한 성찰은 물론 타인에 대한 박애와 자비의 마음까지. 그 모든 것을 제 몸 안에 지니고 태어난 인간은 그 태어난 순간부터 나름의 존엄성을 지니게 마련이다. 조물주의 모습을 닮았..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2008.04.03
[스크랩] 5.18 당시 국군통합병원 풍경 국군통합병원 ‘통합병원은 천국, 보안대는 지옥’ 이 말은 당시 국군통합병원에 입원해 있던 부상자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들은 부상으로 인한 고통은 인내할 수 있었지만 보안대에서의 고문은 참을 수 없었노라 증언했다. 인간이 자신이 나약하고, 비겁하다고 깨닫는 때는, 어떤 것에 대한 두..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2008.04.03
[스크랩] 5.18 사적지 양동시장 양동시장 삶의 애환이 질펀하게 고여 있는 곳. 살아가는 것이 폼 잡는 다고 폼 잡아 지는 것이 아니라면, 시장은 그 진솔한 삶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다. 겉장이 누렇게 시들어 있는 배추 몇 포기를 들고 나와 지나는 행인을 붙잡는 노인도 있고, 트럭에서 자신의 팔뚝만한 무를 내리며 건..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2008.04.03
[스크랩] 5.18당시 적십자 병원 풍경 적십자병원 적십자 병원(현 서남대 부속병원)은 구 전남 도청(현 문화의 전당)에서 광주공원 쪽으로 약 2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종합병원치고는 규모가 작은 병원으로, 서민들을 위한 병원을 표방해온 곳이다. 바로 앞에는 영산강의 지류인 광주천이 흐르고 있고, 번화가가 가까이 있는 탓..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2008.04.03
봄날은 온다/문화일보 소설가 은미희 <푸른광장> 봄날은 온다 일 때문에 미국을 다녀왔다. 한 사람을 취재하는 일이었는데, 문득 산다는 게 무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경험과 추체험들로 삶에 대한 비의를 눈곱만큼이나마 깨우쳤다고는 하나 여전히 종잡을 수 없고, 속내를 잘 보여주지 않는 삶..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2008.03.28
행복의 조건/문화일보 <푸른광장> 행복의 조건 조부는 중년 이후 모든 가정 경제를 조모에게 일임하셨다. 생산과 수입, 지출, 자녀양육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살림을 조모는 말없이 이끌어나가셨다. 조부가 중병으로 거동이 불편하다거나 금치산 선고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반듯하게 교육을 받았고, 건강도 좋았으며, ..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2008.03.28
‘안습’과 숫눈길/문화일보 <푸른광장> ‘안습’과 숫눈길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면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뜻을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인터넷상에서 자연스럽고 빈번하게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꽤나 많은 낱말들을 알고 있다고 자부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새롭게 등장한 생경한 단어들이 내 읽기와 이해를 방해하..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2008.03.28
인생에는 공짜가 없다/문화일보 <푸른광장> 인생에는 공짜가 없다 벌써 한 해가 저물었다. 변심한 애인이 붙잡는 애인을 냉정하게 떨치고 가듯 가는 시간도 야속하기 짝이 없다. 한 해 동안 참 열심히 살았던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성큼성큼 가는 시간 앞에서 황망한 표정으로 남은 시간을 헤아리며 자신을 책망하고 있기가 ..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2008.03.28
긍정의 힘/문화일보 <푸른광장> 긍정의 힘 얼마 전 친하게 지내던 한 소설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늘 그렇듯 자분자분한 음성으로 그간의 안부를 묻고 용건을 이야기했다. 내용인즉 소설 쓰는 한 선배가 남도 땅끝 마을에 가고 싶어하는데 동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물론 그 친구가 기꺼이 운전은 하겠다..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2008.03.28
반성문/문화일보 <푸른광장> 반성문 내 삶이 한번이라도 치열했던 적이 있었던가. 시작만 있고 제대로 된 끝이 있었던가. 신독(愼獨)이라고, 혼자 있을 때도 흐트러짐 없이 게으름을 경계하자던 결의는 한때, 삶을 그럴 듯하게 치장하고 싶어 부렸던 치기는 아니었는지. 생각해보니 언제부턴가 이런 반성의 시간이 ..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2008.03.28
다시 사랑하기/문화일보 <푸른광장> 다시 사랑하기 하루중 많은 시간을 인터넷 서핑을 하며 지낸다. 의심의 여지없이 중독 상태다. 장거리 여행이나 어디 긴 시간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왠지 허전한 게 인터넷 서핑을 하지 못해 생긴 강박 증세다. 이런 내가 마뜩찮지만 하는 수 없다. 컴퓨터가 글을 쓰는 도구가 되었으니 ..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2008.03.28
어머니의 가을/문화일보 <푸른광장> 어머니의 가을 갑자기 계절이 바뀌어 버렸다. 연이어 내린 비에 폭염이 사라지더니 대기가 달라졌다. 만만찮은 열기에 숨쉬기도 버겁더니만, 이제 제법 아침저녁으로 살갗에 오소소 소름까지 돋는 것이 가을임을 실감할 수 있다. 골목길을 걷다보면 어느 가정집 담장을 넘어온 대추나..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2008.03.28
인생의 보물/문화일보 VADOSE DOT NET <푸른광장> 인생의 보물 가끔 어릴 때를 회상하면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꼭 행복하기만 했던 건 아닌 듯싶은데, 그래도 유년 시절을 떠올릴 때면 아련한 향수 같은 게 마음속에서 여울진다.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집은 산동네였다. 집 뒤로 나 있는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딸기..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2008.03.28
<푸른광장>시간과의 술래잡기/문화일보 VADOSE DOT NET <푸른광장> 시간과의 술래잡기 손톱 길이만큼 흰머리가 자라나 있었다. 머리에 검은 물을 들인 게 한달 전 쯤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검은색과 흰색의 그 경계가 여지없이 칼날처럼 내 마음을 그었다. 염색을 하기 위해 미장원을 찾을 때마다 이 일을 꼭해야 하나 망설여지곤 했다. ..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2008.03.28
<푸른광장> 러시안 룰렛게임/문화일보 VADOSE DOT NET <푸른광장> 러시안 룰렛게임 나는 살아 있는 것들을 잘 키우지 못한다. 식물이건, 애완동물이건 간에 생명 있는 것들은 나에게만 오면 어찌된 게 시름시름 앓다 내 곁을 떠나버렸다. 식물들은 누렇게 잎이 말라 들어가면서 죽어버렸고, 고양이나 강아지들은 며칠 무른 똥을 싸다가 슬그..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2008.03.28
나를 비우는 삶/문화일보 <푸른광장> 나를 비우는 삶 며칠 전 묵은 짐들을 정리했다. 무겁고 칙칙한 겨울옷들을 안으로 들이고 살랑살랑한 봄, 여름 옷들을 꺼내면서 시작한 짐정리였다. 살림살이나 옷가지 같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도구라는 것이 별게 있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해왔지만 구석구석 쟁여진 물건들을 꺼내..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2008.03.28